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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

전망 좋은 집의 풍수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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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도 좋고 마음도 편안한 곳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마을도 산과 산 사이에 자리를 잡은 경우가 많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높고 낮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곳에는 어김없이 아담한 마을이 들어서 있다. 첩첩산중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산이 겹쳐 보이는 자연환경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풍경이다. 사람은 자연을 닮는다. 우리 민족의 유전자에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이 저장되어 있음은 자명하다. 그래서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이 가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옛사람이 초고층 아파트나 바다와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지은 집을 길하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살기 좋은 마을의 조건으로 지리(地利), 생리 (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를 들었다. 여기서 '지리'는 풍수에서 말하는 바로 그 지리다. '마을로 들어서는 수구(水口)가 꼭 닫힌 듯하고, 그 안에 들판이 넓게 펼쳐진 곳을 눈여겨보라. 수구가 엉성하고 넓게 벌어져 있으면 천 칸의 집에 살아도 다음 세대까지 물려주지 못하고 집안이 망한 이다.‘는 말은 시야가 탁 트인 마을이나 집보다는 산이 사방을 에워싸 이쪽저쪽 둘러봐도 시야가 막혀 있는 마을이나 집이 살기 좋다는 뜻이다. 즉 전방이 우수하지 못한 꽃이 '복 받는 땅'이라는 말이다. 택리지에 따르면 현대의 초고층 아파트는 살기 좋은 집의 범주에 들지 못한다. 해발고도가 높을수록 바람의 세기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저지대에는 원시림에 가까운 나무숲이 있어도 산 정상 부근에는 키 작은 관목이나 풀만 무성하다. 바람 때문에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현대의 초고층 아파트는 첨단 건축자재로 벽을 둘러 바람 문제를 해결한 데다 각종 최신 시설을 갖춰 오히려 살기 좋은 집에 속한다. 거기에 우수한 전망까지 더해졌다. 그렇다면 신체적 건강을 잘 유지하면서 전망까지 환상적인 초고층 아파트가 심리적 건강에도 과연 이로울까?

 

초고층 아파트는 개방된 시야로 인해 자신이 세상에 노출돼 있다거나 황량한 들판에 홀로서 있다는 생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런 삼황이 오래되면 마음에 불안이 싹트거나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인공 호수와 저수지는 피하라 전망하면 바다나 강이 잘 보이는 집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밤낮으로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 언덕은 땅의 힘(음기)보다 바람의 힘(양기)이 지나치게 강한 독양의 땅(음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유난히 양기만 강한 곳)'이다. 그런 곳은 토질이 푸석푸석하고 자갈이 많아 개미나 벌레가 들끓기 쉬우며, 흙 속의 수분이 증발되어 윤기 나 끈기가 없다. 지맥의 지기가 바람의 기운에 압도당해 생기가 모여들지 못하는 곳에 집을 짓고 오래 살면 면역력이 약해져 풍병에 시달릴 수 있다. 또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까지 나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섬이나 바닷가에 집을 지으려면 먼바다까지 막힘없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은 피해야 한다. 대신 산이 앞을 가려 바다가 보이지 않거나, 산자락이 좌우를 가로막아 바다가 저 멀리서 은근히 보이는 곳은 명당이다.

 

또한 경관이 좋은 호수나 저수지 주변도 집터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땅의 기운이 안정돼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자연은 물의 기운(양)이 커지면 땅의 기운(음)도 따라 커지고, 물의 기운이 작아지면 땅의 기운도 같이 작아지면서 긴 세월 동안 음양의 조화를 이루었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큰 저수지를 조성하면 주변 땅이 몸살을 앓는다. 갑자기 커진 물의 기운에 적응하기 위해 땅도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호수나 저수지가 처음부터 있었거나 만든 지 100년이 넘었다면 땅과 물이 이미 서로 균형을 이뤄 사람이 살아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반면 저수지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강물을 인위적으로 막아서 만든 호수나 보 근처는 아직 땅이 몸살을 앓는 중이니 음양의 기가 순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탁 트인 전망은 절반만 누려야 좋다

전망 좋은 집은 벽면 하나가 통유리창인 경우가 많다. 이것은 전망이라는 장점을 살리는 인테리어로 적합하나, 풍수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풍수에서는 마을 어귀가 넓게 트여 있으면 큰 부자나 큰 인물이 태어나지 못한다고 여긴다. 집도 마찬가지다. 집 안에 커다란 통유리창이 있으면 건강운과 화목운은 물론 재물운까지 날아갈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초고층 아파트나 전원주택에 통유리창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풍수적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비보책도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통유리창에 이중커튼을 날아 불필요한 전망을 가리는 것이다. 통유리창 양쪽은 두꺼운 암막커튼으로 가리고, 창 가운데는 바깥 풍경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앞은 커튼을 단다. 아파트 발코니나 거실 창가에 키가 크고 잎이 무성한 관엽식물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좋은 기운을 보전하기 위해 전통 마을 입구에 정자나무를 심어 엉성한 수구를 막았던 조상의 지혜는 오늘날에도 유용하다. 벗진 전망이 우리에게 복을 주지는 않는다. 우리의 유전적 정서에는 개방된 공간보다 차폐된 공간이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고, 넓게 펼쳐진 전방은 가끔씩만 즐기기 바란다. 무엇든지 적당한 게 좋다.

 

 

낭만적인 오션 뷰의 함정  

예로부터 “바닷가에는 귀인(歸人)이 없다”라고 했다. 이것은 바람이 거세고 수시로 물때가 바뀌는 변화무쌍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다면 얼마나 살기가 힘들고 위험한지를 암시하는 말이다. 하지만 거친 파도와 싸우며 물고기를 잡고 해산물을 채취하는 어부와는 달리 현대의 여유 있는 도시인들은 그저 바다의 정취를 한껏 즐기고 싶은 로망이 있다. 바닷가 언덕에 예쁜 집을 짓거나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에 사는 것을 한 번쯤 꿈꾼다. 탁 트인 자연은 좁고 곽 박힌 도시 생활에서 쌓인 마음속 갑갑한 응어리를 풀어준다. 하지만 매일 철썩이는 파도와 지나다니는 배만 멍하니 바라보며 조용히 지낼 수만은 없다. 전망이 시원한 바닷가는 한국인의 유전적 정서와 딱 맞는 환경, 즉 산이 사방을 에워싸고 바람이 잠자고 시야가 차폐된 고향 마을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망무제(一望無際), 즉 한눈에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넓어서 끝없는 바다 전망과 거센 바닷바람이 사람의 건강과 행운에 어면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바닷가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집을 꾸밀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땅 위의 공기는 1세제곱미터당 질량이 약 1.3킬로그램으로 무겁지만, 10킬로미터 상공의 공기는 고작 400그램밖에 되지 않을 만큼 가볍다. 그래서 지표면의 공기인 바람은 질량에 풍속을 곱한 파괴력으로 온 천지를 유린한다. 미국 중부 지방에서 발생하는 토네이도를 보면 바람의 위력이 얼마나 세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토네이도의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 번 발생하면 짧게는 몇 분, 길게는 한 시간 동안 강한 회오리바람이 하늘로 치솟으며 자동차와 주택을 종잇장처럼 가볍게 허공으로 날려 보낸다. 심지어 무거운 불도저까지 뒤집어놓고 홀연히 사라진다. 몇 년 전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발생한 토네이도는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600배에 해당하는 위력으로 수십 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5조 원에 이르는 재산상의 피해를 입혔다.

 

우리나라에서도 토네이도와 비슷한 기상이변이 울릉도 인근 바다에서 가끔 나타난다. 바로 바닷물이 거대한 기둥 모양으로 빨려 올라가는 용오름 현상이다. 우리나라 바다, 특히 동해안은 강력한 소용돌이 기둥을 따라 바닷물과 함께 하늘로 치솟은 물고기가 비에 섞여 떨어지기도 하고, 성난 파도가 흰 물보라를 일으킬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몰아친다. 바람에는 음풍(陰風)과 양픔(陽風)이 있다. 음풍은 산골짜기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찬바람이고, 양풍은 기압 차에 의해 땅 위를 흘러 다니는 바람이다. 바닷가에 부는 바람은 대개 양풍이다.

 

바닷가에 매서운 바람이 부는 이유는 땅과 물의 비열(比熱)이 다르기 때문이다. 땅은 비열이 낮아 온도 변화가 신속히 일어나고, 물은 비열이 높아 온도 변화가 더디게 나타난다. 햇빛에 의해 빨리 데워진 육지의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 빈 공간을 채우려고 바다의 찬 공기가 육지로 이동한다. 따라서 낮에는 바닷바람(해풍)이 분다. 밤에는 반대로 육지바람(육풍)이 분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의 공기가 위로 상승하면 빈자리를 메우려고 육지의 찬 공기가 바다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방이 뻥 뚫린 해안가는 광활한 바다와 거대한 육지가 만나는 경계 지점으로 태양이 뜨고 짐에 따라 기압 차가 크다. 밤낮으로 방향을 바꿔 부는 세찬 바람은 여러모로 생활의 불편을 초래하고, 나아가 풍병을 일으킬 수 있다.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한적하고 목가적인 조망의 환상을 깨는 훼방꾼이 있다. 습도가 육지보다 훨씬 높아 여름에는 후덥지근한 것이다. 공기가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으면 땀이 증발되지 않아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개운하고 뽀송뽀송한 잠자리 대신 이부자리가 눅눅하고 온몸이 찜찜하다. 또 환기가 되지 않은 옷장, 이불장, 신발장, 보일러실에는 어김없이 곰팡이가 핀다. 특히 여름에만 별장으로 쓰고 관리를 소홀히 하면 방과 거실에 곰팡이가 생겨 퀴퀴한 악취가 풍긴다. 습도가 높으면 몸이 쉽게 지치고 세균이 왕성하게 번식해 건강을 위협한다. 더구나 비염이나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하고, 아이들은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쾌적하게 살려면 에어컨과 제습기를 수시로 켜서 온도와 습도를 낮춰야 한다. 태풍이 불면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안개처럼 밀려와서 자동차 같은 쇠로 된 물건들을 부식시킨다. 텃밭에서 키우는 밭작물도 잎이 말라죽는 일이 흔하니 강풍이 불 때면 염분 피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그런데 습기나 염분보다 집과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는 게 있다. 바로 세찬 바람이다. 바람이 거센 절벽 위나 높다란 대(臺)에 지은 정자는 살림집이 아니라 시간 날 때만 찾아가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는 마음의 쉼터다. 바닷가 절벽은 영겁의 시간 동안 파도가 덮치고 바람이 휘몰아쳐 땅을 덮고 있던 흠이 모두 쓸려나간 흔적이다. 즉 태초부터 땅속에 박혀 있던 단단한 바위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바닷가 언덕은 육지의 절벽과 마찬가지로 바위도 부술 만큼 바람이 거센 곳이므로 건강과 행복의 기가 서린 낙토(樂土)라고 할 수 없다. 시원한 조망에 마음을 빼앗겨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기가 센 곳에 산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 중에서 사람이 가장 귀한데 어찌 사람의 기가 땅의 기운에 눌릴 수 있는가"라며 워커힐 안에 있는 에메랄드 자택을 옮기지 않았던 S그룸의 회장처럼 순탄하던 운명에 굵은 스크래치가 날 수 있다. 바람 잘 날 없는 곳'에서 오래 살면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져 풍병을 알거나, 성격과 기질이 약해지기 쉽다.

 

 

부자들은 큰 바람을 피한다

바닷가에서 좋은 집은 폭풍의 언덕처럼 바다가 멀리까지 바라보이는 곳이 아니다. 산이 시야를 가려주어 바닷물이 멀리 잔잔하게 바라보이는 곳이 좋다. 그렇다면 바닷가 집을 보다 안락하고 편안하게 꾸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제주도 사람들이 겨울철 하늬바람을 어떻게 박았는지를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제주도 부자들은 지대가 낮은 곳에 집을 지어서 큰 바람을 피했다. 고개를 죽 빼야 안마당이 보일 정도로 집집마다 돌담을 높이 쌓았고, 담이 없으면 밭작물을 키울 수 없으니 밭담을 낮게 둘렀다. 강풍에 지붕이 훌러덩 날아가는 것을 막고자 지붕의 경사를 접시를 얼어놓듯이 완만하게 만들었다. 전망 좋은 바닷가에 주택을 지을 때는 고층보다는 단층이 유리하다. 간혹 바다 풍경을 더 잘 감상하기 위해 부부가 쓰는 안방을 2층 이상에 배치하는데, 기가 안정된 1층이 더 적합하다. 또 기와지붕보다는 슬래브지붕이 강풍의 영향을 덜 받는다. 해풍을 막기 위해서는 집 주위에 담을 둘러쳐야 한다. 벽들 담장보다 측백나무, 사철나무, 쥐똥나무와 같은 상록수를 1.5미터 높이로 빼곡히 심어서 생울타리를 만들면 보기도 좋다. 생울타리 담장은 방풍 역할도 해 면역력 약화, 심근경색, 뇌졸중, 피부 질환 등 몸속에 바람이 드는 풍병을 예방할 수 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다. 소나무 집에서 태어나 소나무와 함께 살다가 죽어서 소나무 관에 들어간다. 껍질이 붉은 적송은 육지에, 껍질이 약간 검은 곰솔은 바닷가에 산다. 곰솔은 바닷바람과 염분에 견디는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풍토가 식생(植生)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의 일부분인 사람도 조상이 물려준 유전적 체질과 정서와 맞는 환경에서 살아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다. 부산의 병물인 광안대교를 건너면 해안선을 따라 거대한 마천루들이 위용을 드러낸다. 아이파크, 더제니스, 시티자이 등 주삼복합 아파트들이 마치 배의 돌 또는 큰 칼로 굽은 대나무를 이리저리 싹둑 벤 독특한 모습으로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과거 수영만 매립지였던 곳에 조성된 마린시티는 무엇보다 바다 조망권이 좋고 야경이 화려하다. 아무리 호쾌한 전방도 사계절이 한 차례 지나가면 무덤덤해진다. 특히 겨울 바다는 보기만 해도 춥고 쓸쓸하다. 그림 같던 풍경이 식상 해지면 단점이 크게 느껴질 것이다. 쥐꼬리만큼 열리는 작은 창문, 여름날 직사광선을 받으면 곧바로 찜질방이 되는 실내, 강풍이 많이 부는 초고층 아파트가 과연 사람의 건강과 행운에 좋을지 이제라도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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