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는 ‘여자니까’, ‘남자니까’를 말하고 있나요?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어떤 틀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남자는 밖으로, 여자는 안으로”라는 유교적 이상 아래, 여성은 집안을 지키는 조용한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어질고 순종적인 아내가 ‘이상적인 여성상’이었죠.
일본 역시 비슷했습니다. ‘가정의 천사’라는 말 아래, 여성은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는 존재로 그려졌습니다. 경제 성장기엔 남성이 일을, 여성은 육아와 가정을 맡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졌습니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딸, 아내, 며느리, 어머니… 이름은 달라도 결국 여성이 맡는 역할은 하나였습니다. 남성을 돌보고 가문을 위해 사는 것.
서양은 조금 달랐을까요?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남성은 일터로 나갔고 여성은 가정에서 ‘도덕적으로 우월한 존재’로 남기를 요구받았습니다. 사회는 남녀의 삶을 ‘분리된 영역’으로 나누었고, 여성의 공간은 언제나 집 안이었습니다.
2025년,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요?
이제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한국 사회에는 “남자는 생계, 여자는 돌봄”이라는 말이 남아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중 30% 이상이 여전히 이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해요.
일본도, 중국도, 서양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결혼하지 않았다고, 아이를 낳지 않았다고 ‘진짜 여자가 아니다’라는 시선을 받는 여성들,
직장에서 승진 기회를 앞두고도 “출산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기회를 놓치는 여성들,
그리고 가사와 육아를 홀로 감당하며 스스로를 ‘좋은 아내, 좋은 엄마’여야 한다는 잣대로 재단하는 여성들.
미국에서조차 결혼한 여성의 58%가 여전히 빨래를, 51%가 식사 준비를 주로 도맡는다고 하니,
우리가 겪는 이 일상적인 불균형은 결코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정관념의 구체적 사례
사회적 편견: 한국·중국·일본 등에서는 결혼·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에게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라는 시선을 주기도 한다. 중국 TV의 한 패널은 “여성의 책임은 출산이지 돈 버는 게 아니다”라는 진술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육 분야: 일본은 고등교육에서 여성의 성취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전공 여학생 비율이 극히 낮다. 이는 “과학·공학은 남성, 간호·문과는 여성”이라는 성 고정관념이 교육 선택에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한국과 중국도 마찬가지로 STEM 분야의 여학생이 적고, 교사나 간호사 등 전통적 여성 직종이 선호되는 편이다.
직장과 경력: 한국의 직장 내 성별 임금격차가 여전히 크며, 많은 여성들이 관리직으로 승진하기 어려워한다. 한국의 20~40대 직장인 중 남녀 초반 임금 격차는 작지만, 경력단절이 이어지면서 50대 이상에서는 37.5%까지 벌어진다. 일본도 비정규직 여성 비율이 높고 정규직 상승이 막혀 있다. 중국에서는 여성 근로자의 80% 이상이 직장 내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보고되었고, 승진에서 ‘출산 예정’이라는 의심 때문에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미국도 기업 최고위직 여성 비율이 매우 낮아 Fortune 500사의 여성 CEO는 11%에 불과하며, 정·관계 고위직에서도 남성이 압도적이다.
가정과 돌봄: 한국에서는 여성의 58.4%가 집안 돌봄과 가사노동을 기대받는 반면, 남성은 10.5%에 그친다. 중국에서도 2010년 설문 응답자 중 72% 이상이 여성들이 요리·청소·육아 등 대다수 가사노동을 담당한다고 답했다. 서양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부부의 절반 이상에서 가정 장식이나 육아 같은 일은 여성이 주로 결정하며, 가사 분담 대부분을 여성(빨래 58%, 청소 51% 등)이 맡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자라서 겪는 ‘보이지 않는 벽’들
일을 잘해도, 커리어가 있어도,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나는 좋은 엄마일까?”, “가정을 포기한 건 아닐까?”, “성공을 계속 좇아도 되는 걸까?”
그 물음표는 사회가 만든 틀일지도 모릅니다.
한국 여성의 절반 이상이 결혼과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겪고,
중국 여성의 80% 이상이 직장에서 차별을 경험하며,
일본의 많은 여성은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에 머물러 있습니다.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되지만, 남성은 눈치 보느라 쓰지 못하고,
결국 육아는 또 여성의 몫이 됩니다.
이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능력을 가리고, 삶의 선택지를 줄이는 구조가 되어버린 거죠.
구조적·정서적 장벽
능력 있는 여성일지라도 이 같은 구조와 관념 앞에서는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첫째, 경력 단절과 승진 장벽이다. 한국에서는 여성의 61.9%가 결혼·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경험했고, 이는 장기적으로 임금과 승진 불이익으로 이어진다. 중국에서도 관리자급 여성 비율이 남성에 비해 낮고, 상사의 72%가 남성이다. 일본과 한국 기업문화 역시 유리천장이 여전하다. OECD는 “육아로 인한 여성이 겪는 경력 손실이 한국의 최저 출산율과 최대 임금격차를 낳는다”라고 지적했다.
둘째, 제도적 지원 미흡이다. 한국은 부부에게 최대 1년까지 육아휴직을 보장하지만,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 비율은 극히 낮다. 남성들이 ‘눈치’를 본다는 현실 탓이다. 중국도 여성이 98일의 출산휴가를 받지만 부성휴가 의무화율은 매우 낮아, 사실상 육아 책임이 여성에게 부과된다.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일본도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미미하다.
셋째, 정서적 압력과 자기 검열 자기 검열 자기 검열이다. 여성들은 ‘좋은 엄마·아내’ 상이 강요하는 완벽한 돌봄자상을 내부화하면서 스스로를 옥죄곤 한다. 해외 조사에서 25~35세 직장 여성들은 “언젠가 꼭 결혼하고 출산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경력에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내가 이대로 성공해도 괜찮을까?”, “엄마 역할을 포기한 건 아닌가”라는 불안과 죄책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종종 들린다. 이러한 심리적 부담은 능력 발휘와 길고 안정적인 경력을 쌓는 데 큰 장애물이 된다.
문화는 다르지만, 문제는 닮아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유럽... 이름은 달라도 닮은 현실은 하나입니다.
“남자는 밖에서, 여자는 안에서.”
이 오래된 말이 아직도 우리 삶 곳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성별 임금 격차가 OECD 국가 중 가장 크고,
중국은 한때 “여성이 하늘의 절반”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좋은 배우자가 돼라”는 말이 더 크게 들립니다.
미국, 독일, 스웨덴조차도 고위직 여성 비율은 여전히 낮습니다.
심지어 여성 스스로도,
맞벌이의 피로와 사회적 압박 속에서 전업주부를 ‘차라리 나은 선택’이라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그 질문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틀’을 강요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문화권별 공통점과 차이점
전반적으로 모든 문화권에서 남성은 주로 경제활동, 여성은 가정·돌봄을 담당한다는 이분법적 기대가 존재한다. 다만 정도와 맥락에 차이가 있다. 동아시아(한국·일본·중국)는 오랜 유교적 가부장제와 집단주의 문화가 뿌리 깊어전통 성역할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예컨대 한국과 일본은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크고, 여성의 정치 참여와 관리자 비율도 낮다. 중국은 한때 ‘여성이 절반의 하늘’을 내세웠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오히려 “좋은 배우자가 돼라”는 전통적 시각이 강화되고 있다.
서양(미국·유럽)은 법적 평등과 여성 노동참여율 면에서 상대적으로 앞서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남녀의 역할 기대가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독일·미국 등에서도 고위직 여성 비율은 적고, 가사 분담은 여성에게 치우쳐 있다. 게다가 유럽·미국에서도 여성 상당수는 맞벌이가 고달프다며 전업주부를 선호한다는 응답도 높다.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남자가 밖에서 벌고 여자가 안에서 돌본다’는 스테레오타입이 공통적으로 자리 잡아 능력 있는 여성이라도 구조와 분위기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습니다.
우리가 함께 바꿀 수 있는 건, 바로 ‘기대’입니다.
누군가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아니라,
각자가 원하는 삶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서로의 길을 응원하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질문하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여자는 돌봄만을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고,
남자도 오직 생계를 위해 존재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이제는 성별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시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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