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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이별의 단계와 이별 후 나타나는 감정과 행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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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에도 단계가 있다: 그 파국의 과정

 모두가 한 번쯤 겪어본 실연. 실연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게 아니다. 마치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듯, 우리의 연애도 자연스레 파국을 향해 흘러간다. 연애가 끝나는 데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분명히 과정을 거친다. 연애가 파국으로 이르게 되는 단계를 설명하는 모델 중에 사회심리학자 덕(Duck)의 '관계 해소 모델'은 실연에 이를는 단계를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럼, 이별로 향하는 '실연의 4단계'는 어떤 모습일까?

 


 1단계: 개인 내 단계(Intra-psychic Phase)

 처음에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불만이 조금씩 쌓인다. 소소한 불만은 누적되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때는 아직 상대에게 직접적인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만 한다. 그래서 대화가 뜸해지고, 감정 표현도 줄어든다. 만남의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건 상대의 미세한 변화에 대한 감지다. 상대방의 표정, 행동, 몸짓을 통해 감정을 파악하고 이를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2단계: 관계적 단계(Dyadic Phase)

 이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서로의 불만을 이야기하는 단계다. 직접적으로 관계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되는 시점으로, 이때부터는 감정의 폭발이 일어나기 쉽다. 그동안 쌓인 불만이 터져 나와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때의 대화는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뉠 수 있다. 서로 타협하고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거나, 이별을 결정짓는 싸움으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 단계에서 타협보다는 갈등이 더 커져 관계는 점점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흘러간다.


 3단계: 사회적 단계(Social Phase)

 이제 두 사람의 관계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공공연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헤어짐을 친구나 가족에게 알리는 단계다. 이때부터는 실제로 둘 사이의 관계가 끝났음을 모두가 인지하게 된다. 연애가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차인 사람은 연애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언젠가 다시 관계가 재개될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적 단계를 거쳤다면 그 사랑은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4단계: 추억의 매장 단계(Grave Dressing Phase)

 연애가 끝나면 당연히 과거의 추억을 정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함께 찍은 사진을 없애고, 주고받은 편지나 선물 등을 정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차인 사람들은 이 추억을 정리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떠난 사람이 돌아올 거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떠난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해선 과거의 흔적을 깨끗이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추억에 매여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과거에 얽매인 상태에서 시작한 새로운 만남은 결코 성공적일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실연의 고통은 누구나 힘들다. 그러나 그 고통을 지나치면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이별의 단계를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다음 사랑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 과거에 얽매이기보다 미래의 만남을 기대하며 추억을 정리해 보자.


실연 후 나타나는 감정과 행동들


 실연에는 단계가 있어 주의만 하면 이별이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사인을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사인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아니 외면하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면서 불쾌한 자극이나 정보에는 눈을 감아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모든 것을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다. 사실은 보고 있는 것 가운데 극히 일부만 기억하고 이해하며 자기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 기억할 뿐이다. 이를 사회심리학에서는 '선택적 주의'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경향은 어떤 특정인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보고 듣는 것 가운데 극히 일부만 처리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처리 과정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편한 대로,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예고된 실연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상황으로 닥치면 당황하게 된다. 그리고 그 당혹스러움은 이내 참담함으로 변한다. 특히 차이는 입장에 처하게 되면 황당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면서 억울하기까지 한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든다.


 또 한편으로는 헤어지자는 상대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싶을 정도로 헤어졌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시간이 지나면 관계가 회복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실연이 닥치면 사람들은 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과 행동을 경험하게 된다. 실연과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유사한 행동을 하게 된다. 다음의 표는 실연 후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자주 하는 행동을 정리한 것이다. 사회심리학자인 가토加藤가 일본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인간의 마음은 나이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이리라 생각한다.

 

실연 후 느끼는 감정과 자주 하는 행동
번호 항목 비율(%)
1 시도 때도 없이 상대가 생각났다. 46.6
2 슬펐다. 41.3
3 상대가 좀처럼 잊혀지지 않았다. 37.7
4 떠난 사람과는 친구 사이로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36.9
5 상대와 만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29.8
6 헤어진 후에도 떠나간 사람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였다. 28.2
7 깊이 반성했다. 27.8
8 괴로웠다. 27.4
9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26.2
10 그 사람을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5.8
11 헤어진 것이 억울했다. 25.4
12 상대를 잊으려 다른 일에 몰두했다. 23.4
13 전화벨이 울리면 혹시 그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22.2
14 그 사람을 잊고 다른 사람을 좋아하려고 애썼다. 21.4
15 헤어진 사람을 알고 있는 사람과 같이 그 사람에 관해 이야기했다. 21.4
16 관계를 원상복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19.8
17 의욕이 사라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19.4
18 엉뚱한 사람을 그 사람이라고 착각했다. 18.7
19 상대방에게 속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18.6
20 상대방에게 환멸감을 느꼈다. 17.9
21 그 사람이 보내준 편지나 같이 찍은 사진을 꺼내 보고 했다. 15.5
22 만나고 있을 때보다 상대가 더 멋있게 여겨졌다. 15.5
23 꿈속에 그 사람이 나타났다. 14.3
24 식욕이 없고 잠도 오지 않았다. 12.7
25 울고불고 추태를 부렸다. 10.7
26 상대를 다시 한번 만나보려고 시도했다. 9.9
27 헤어졌다는 것이 한동안 믿어지지 않았다. 9.5
28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8.7
29 자주 데이트하던 장소를 찾아가 보곤 한다. 7.9
30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7.5
31 자주 데이트 하던 장소를 일부러 피했다. 7.1
32 상대가 원망스럽고 분노를 느꼈다. 6.7
33 그 사람의 주변을 서성거리곤 했다. 6.3
34 그 사람이 사라져 속이 시원했다. 6.3
35 기타 4.8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실연이 닥친 후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역시 '떠나간 사람을 잊지 못하는 것'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난다'(46.6%), '상대를 좀처럼 잊을 수가 없다'(37.7%), '떠난 사람을 더 이상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25.8%)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그동안 함께했던 사람이 아무 때나 불쑥불쑥 떠오르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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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상대를 잊으려고 다른 일에 몰두하고(23.4%), 상대와 만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기도 해 보지만(29.8%), 헤어진 후에도 떠나간 사랑은 한층 더 강해지는 듯하고(28.2%), 엉뚱한 사람을 떠난 사람이라고 착각하기도 하는(18.7%) 것처럼 상대를 잊는 것은 힘든 일이다. 결국 잊는 것을 포기하고 떠난 사람이 보내주었던 편지나 사진을 보며 옛 추억에 잠겨보는가 하면(15.5%), 그 사람을 알고 있는 다른 사람과 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21.4%) 식으로 다른 방법도 찾아본다.


 하지만 그림의 떡이 더 맛있어 보인다고 헤어진 사람이 만나고 있을 때보다 더 멋있게 느껴지기도 한다(15.5%). 그러다 보면 예전의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 관계를 원상 복구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한다(19.8%).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결국 목소리라도 한번 들어보려고 전화를 걸어보고(8.7%), 상대의 집 주변도 서성거려 보고(6.3%), 자주 데이트했던 장소도 찾아가 보지만(7.9%) 이 모든 것은 실연의 고통만 깊게 할 뿐 실연을 극복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실연 후 감정은 역시 슬프거나(41.3%), 괴롭다(27.4%)는 반응이 많았다. 일단 헤어지고 나면 당분간은 관계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고 (26.2%), 억울한 마음도 들어(25.4%) 비참해진다. 그러다 보니 울고불고 추태를 부리기도 하고(10.7%), 술을 자주 마시면서(7.5%) 실연의 고통을 잊어보려고도 한다.


 실연 후 한동안은 무기력증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모든 의욕이 사라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19.4%)도 있고, 식욕이 없어지고 잠도 오지 않는 경우(12.7%)도 많다. 억지로 잠을 청해 보지만 꿈속에서도 떠난 사람이 나타나(14.3%) 더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연 후 초기에는 헤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믿어지지 않고 (9.5%), 전화벨이 울리면 혹시 그 사람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22.2%)로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헤어진 것이 내 탓인 것 같아 깊이 반성도 하고(27.8%), 상대방에게 속죄하고 싶은 마음(18.6%)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떠나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 사실을 절감하게 되면 상대가 원망스럽고 분노를 느끼게 되고(6.7%), 그 결과 실연 초기에 그토록 멋있어 보이던 그 사람에게 환멸감을 느끼는 단계(17.9%)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표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은 전체의 반응으로, 실연한 사람들은 표에 나타난 항목을 모두 경험할지도 모른다. 슬픔과 아쉬움, 분노가 뒤섞인 감정에 사로잡히고, 한동안은 슬픔과 분노로 잠을 못 이루게 될 수도 있다. 실연 후 느끼는 감정은 대단히 복합적이다. 그만큼 온갖 생각이 다 드는 것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혼자만 힘들어하지 말고 오히려 실연 후에 찾아온 감정들에 충실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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