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배우지 않으면 못 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우리 사회는 연애 천국인 것 같다. 특히 요즘 TV 드라마에서는 아침부터 밤늦도록 사랑 타령이다. 사랑 타령에는 연애 감정이 빠질 수가 없다. TV 드라마에는 애틋한 연애감정부터 질투를 못 이겨 복수를 서슴지 않는 처절한 연애 감정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연애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연애는 본능일까, 학습일까?
사회심리학자 버시드E. Berscheid와 월스 터는 사람들이 연애, 특히 정열적인 연애에 빠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애 문화란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성장해 온 문화에서는 일정 연령이 되면 남녀가 사랑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사람은 연애 욕구를 가지고 있어서 일정 연령이 되면 남녀가 교제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문화 형성과 교육 없이는 연애감정이란 있을 수 없다.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되면 열렬한 연애 상태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워야만 연애 감정도 생겨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 안에 연애 문화란 것이 존재해야만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연애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연애 감정이란 본능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성장 과정에서 학습을 받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것을 '연애 학습설'이라고 부른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연애 감정
연애 학습설에 따르면 개나 원숭이에게 연애 감정이란 있을 수가 없다. 연애 학습설이 일리가 있는 것은 연애 감정이나 욕구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연애 감정이란 너무나 당연하고 보편적인 것이지만, 불과 몇백 년 전의 조선시대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춘향전>의 이몽룡과 성춘향을 보면 그 시대에도 연애 감정이 있었다. 하지만 <춘향전>은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 남녀 구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 양반 계층에서 '성춘향 식의 연애 감정'이란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서로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얼굴도 목소리도 성격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문과 이름만으로도 연애 감정이 생길 수 있었을까? 결혼식 당일이 돼서야 마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과연 연애 감정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물론 생길 수는 있을 것이다. 가문과 이름에는 '브랜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만나서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당연히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연애 감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고대 그리스는 남녀 간의 연애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던 대표적인 사회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여성은 시민이긴 했지만 인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노예가 노동을 위한 도구 취급을 받았듯 여성 역시 출산을 위한 도구로만 간주되었다. 따라서 남성 시민의 입장에서는 여성을 대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가지고 있던 사랑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에 가까웠다고 여겨진다. 오히려 남녀 간의 사랑보다 남성과 남성 간의 사랑이 더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당시 남성 간의 우정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이 평가되었으며, 순수하고 깨끗한 최고의 사랑으로 받아들여졌다.
연애 감정의 성격도 시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중세 유럽에서는 연애 감정이란 결혼을 전제하지 않고, 성적 욕구가 동반되지 않는 순수하고 신성한 감정이라고 여겼다. 그에 비해 지금은 연애 감정을, 결혼을 전제로 하고 남녀 간의 성적 욕구를 동반하는 감정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해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요즘같이 사회가 급속히 변화하다 보면 연애 감정이란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동성 간의 감정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만약 연애 감정이 본능적이고 타고난 것이라면 지역과 시대에 따라 차이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연애 감정이란 사회에서 습득되는 것이다 보니 지역과 시대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SNS가 연애 문화를 만들다?
과거에는 옛날이야기나 우화 등을 통해 연애 감정에 대해 배우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매스컴이 연애 문화를 전달해주고 있다. 사랑 타령에 날을 새는 TV 드라마는 물론 연예인의 사생활을 시시콜콜 파고드는 연예 관련 프로그램, 토크쇼 등도 은연중에 연애 문화를 전달하고 있다. 더구나 요즘은 아이들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에도 기본적으로 연애 감정이 깔려 있다.
버시드와 월스터는 성장기에 어떠한 연애를 학습했는가에 따라 청년이 되었을 때 연애 욕구와 방식이 결정된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어떠한 사랑을 이상적으로 묘사하는가에 따라, 지금 그 드라마를 보고 있는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의 연애 방식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TV 드라마들이 점점 더 자극적이고 비정상적인 연애 이야기에 주목한다는 데 있다. 사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널리고 널린 게 평범하고 정상적인 연애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TV 방송국들은 불륜이나 혼외정사와 같이 자극적이고 비정상적인 연애 이야기로 드라마를 구성하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이고 불건전한 드라마를 보고 연애 문화를 습득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장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연애 감정은 본능이라기보다는 학습된 것이다. 그리고 그 학습의 많은 부분은 우리가 자라온 환경과 문화, 그리고 미디어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떤 연애 이야기에 노출되는지, 어떤 문화를 배워가는지가 중요하다. 우리의 연애 감정과 방식은 우리가 배운 것들의 총합이다.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는 요인: 연애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일반적으로 연애는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끼면서부터 시작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사람이 왜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의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는지에 대해 '대인매력 Interpersonal Attraction'이라는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 대인매력을 느끼게 하는 데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고 밝혀졌다. 그 요인들 중 적어도 한두 가지의 장점들은 누구나 갖고 있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요인이 다양하다는 것은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 있고 연애를 시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연애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대인매력을 느끼게 하는 8가지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1. 외모와 신체적인 매력
상대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람과 연애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자주들을 수 있는 대답들이 있다. '예쁜 여자', '몸매가 좋은 여자', '돈 많은 남자', '키 큰 남자', '상냥한 남자' 등등.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사람은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상대에게 매력을 느낀다.
2. 상호작용과 호의성
상대가 평소 어떤 행동을 하는가 연애 감정이란 서로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기고 발전한다. 대개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이성, 자기를 높이 평가해 주는 이성에게 사랑을 느낀다. 이것을 '호의의 상호성'이라 부른다.
3. 자존감과 자신감
나는 어떤 사람인가 연애에서 상대의 요인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은 바로 자신의 특성이다. 자기의 성격이나 자신에 대한 평가인 자존감, 그리고 자존감에서 비롯되는 자신감이야말로 연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감이 없는 여성이나 남성은 이성에게 접근할 엄두조차 못 내고, 접근할 절호의 기회가 와도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자신감은 연애의 적이면서 동시에 장애인 것이다.
4. 심리상태와 무드
나의 심리 상태와 행동 특성은 어떤가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기분 좋을 때 만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또 생리적으로 흥분한 상태일 때도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기 쉽다. 여자들이 무드에 약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연애의 시작에서 남녀 모두에게 무드는 대단히 중요하다. 한편 다른 사람을 도와주다 보면 도움을 받는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져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5. 비슷한 특성과 가치관
서로의 특성이 얼마나 비슷한가 태도나 의견이 유사하거나 신체적 매력도가 비슷하면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기 쉽다. 가치관이 비슷할 때도 마찬가지다. 단 성격의 경우는 다르다. 서로의 장단점이나 생각을 잘 알기 때문인지 서로 성격이 비슷해도 호감을 느끼는 데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6. 교감과 상호작용
얼마나 서로 교감을 나누는가 연애 감정은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깊어가는 것이다.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 그 만남의 횟수나 빈도, 서로에게 얼마나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했는지,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의 도움을 주었는지 등이 연애 감정이 깊어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
7. 사회적 분위기와 규범
연애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어떤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이성을 만나 연애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자란 사람은 일정 연령이 되어도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8. 장소와 환경적인 요인
어떤 장소나 분위기에서 만나는가 만나는 장소나 분위기에 따라서도 상대에게 매력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바닷가나 여행지에서 뜨거운 사랑에 빠지곤 하는 것이 바로 환경적 요인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치가 좋은 곳에서만 상대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묘하게도 사람들은 재난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상대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곤 한다.
사람이 매력을 느끼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외모나 자신감,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까지, 매력을 결정짓는 요소들은 생각보다 많다. 연애는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시작되며,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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