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사상은 중국에서 이론체계가 성립되어 동아시아 여러 나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나라마다 풍토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중국의 풍수고전이 우리나라 지형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풍수에서는 혈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혈장 자체보다 사신사 위주로 살피는 거시적 풍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풍수고전에서는 대체적으로 혈을 와혈, 겸혈, 유혈, 돌혈 등 사상으로 구분하고 있다.
중국 풍수고전에 나타난 혈의 형태와 구조
1) 혈의 형태
혈의 종류에 대하여는 중국의 여러 풍수고전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주요 풍수고전에 나와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감룡경(撼龍經)에서는 주산 모양이 탐랑이면 유두혈(乳頭穴), 거문은 와혈(窩穴), 무곡은 채겸혈(釵鉗穴:두 갈래 비녀 모양), 녹존은 소치혈(梳齒穴:얼레빗 모양), 염정은 여벽두(犁鐴頭:쟁기머리 모양), 문곡은 장심혈(掌心穴:손바닥 모양), 파군은 과모혈(戈矛穴:창 모양), 좌보는 연소혈(燕巢穴:제비집 모양)로 높은 산이면 괘등혈(掛燈穴:등잔을 걸어놓은 모양), 낮은 평지면 계소혈(雞巢穴:닭둥지 모양) 모양이 생긴다는 것이다. 구성에 따라 혈의 모양이 달라지는데 변형된 모양까지 고려하여 혈을 사상으로 구분해 보면 탐랑, 무곡은 유혈이, 거문, 문곡, 좌보는 와혈이, 무곡, 파군, 염정은 겸혈이 맺힌다고 볼 수 있다.
의룡경(疑龍經)에서 혈에는 젖꼭지 모양의 유두혈(乳頭), 죄인의 목에 씌우는 칼 모양의 겸혈(鉗)이 있으며, 좌우에 아무것도 없어서 평평한 것 같지만 둔덕(平坡) 모양도 있다고 하였다. 혈의 종류를 유두(乳頭), 겸구(鉗口), 평파(平坡)로 설명하고 있는데 유두는 유혈(乳穴), 겸구는 겸혈(鉗穴), 평파는 돌혈(突穴)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의룡경에서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 혈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장법도장(葬法倒杖)에서는 맥(脈)이란 훈 사이에 미세한 등마루(脊)가 있으므로 소음의 상이고, 식(息)은 훈 사이에 미미한 형태(形)가 있으므로 소양의 상이며, 굴(窟)은 훈 사이에 미세한 와(窩)가 있으므로 태음의 상이며, 돌(突)은 훈 사이에 미세한 거품(泡)이 있으므로 태양의 상이라고 하여 혈의 종류를 맥ᆞ식ᆞ굴ᆞ돌이라는 이름의 사상(四象)으로 구분하고 있다. 영성정의(靈城精義)에는 “입수에서 혈처가 만들어지는데 형태는 와겸유돌 네 글자이며, 이 네 가지 중에 하나라도 있으면 좋은 혈이라고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데 형이라는 것은 단지 혈의 증거에 불과하다.”라고 하여 혈의 종류는 와겸유돌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산룡어류(山龍語類)에서는 형이 아무리 변화가 많다고는 하지만 혈의 종류는 와겸유돌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하면서 와혈은 굽고(曲), 겸혈은 곧으며(直), 유혈은 드리우며(垂), 돌혈은 높이 솟아(聳) 있는 모양이라고 하였다. 감여만흥(堪輿漫興)에서도 와겸유돌 혈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용맥이 양룡으로 결작을 하면 와혈인데 장법은 얕게 파는 것이 마땅하며, 본신룡에 손 같은 지각이 있으면 겸혈인데, 곧고 굽고 길고 짧고 안고 두르는 모양이며, 양룡으로 오면 음혈로 받는 것이 유혈인데 유혈은 구첨이 있으므로 깊게 파는 것이 마땅한 법이고 돌혈은 소수의 사람만 알며, 만약 평지에 돌이 있다면 더욱 기이하다고 하였다. 지학(地學)에서도 혈이 생긴 모양에 따라 혈을 사상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개구(開口) 또는 개수(開手)했을 때 둥근 모양이 와혈이고 긴 모양이 겸혈이며, 구슬을 머금은 모양이 돌혈이고 혀를 내뱉은 모양이 유혈이라고 하였다.
2) 혈의 구조
지리신법(地理新法)에서는 “대개 조산과 안산이라는 것은 큰 집안의 일이며, 혈은 자기 집안의 일이다. 혈이 없으면 존립 기반이 없는 것이다.”라고 하여 조산이나 안산 등도 없어서는 안 되지만 그보다도 혈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혈 또는 혈장의 구성요소는 풍수고전에서는 오행이론을 적용하여 승금(乘金), 상수(相水), 인목(印木), 혈토(穴土)로 접근하고 있다.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오행 중에 화(火)가 빠져 있는데 이것을 인자수지에서 화는 살(殺)을 띠고 있어서 혈이 될 수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오행적으로 혈장의 구성요소를 언급한 최초의 서적은 장서(葬書)이다.
장서의 「형세 편」에서는 “승금상수혈토인목(乘金相水穴土印木)”이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이에 대하여 금낭경 주문에서는 “乘金而葬 則以水爲相 穴坤之山 則以木爲印 金且生水 以木克土 故以爲印也”라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승금이 입수도두, 상수가 순전, 혈토는 당판, 인목은 선익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시중의 풍수 서적에는 상수와 인목을 바꾸어 부르는 경우가 있으며, 乘金相水穴土印木이 과연 혈에 관한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 감에 따라 개념 정의에 대한 고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인자수지에서는 장서에서 말하는 승금상수혈토인목 역시 하나의 태극훈일 뿐이다. 승금이란 태극의 원훈이 솟아 올라온 곳이고, 상수는 양쪽에 끼고 있는 원훈의 물을 팔자로 분리시키는 소명당에 합쳐지는 곳이고, 혈토란 중앙에 위치하여 치우쳐 있지 않고 깊이도 적당하며, 인목은 혈 앞에 있는 전과 순이 뾰족하거나 둥글게 앞으로 내밀어져 나온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하여 승금상수혈토인목이 태극원훈에 비교되고 있으므로 혈장의 구성 요소를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장서의 주문에서는 “혈 찾는 법은 마땅히 소팔자 아래에 있는 양편 어깨의 희미한 날개 같은 것을 살펴야 한다. 어깨가 높거나 낮음에 따라 음양작용을 분별해야 한다. 다음에 살펴볼 것은 삼분삼합인데 혈장이 비스듬하고 급한지 평평하고 완만한지에 따라 순역으로 할 것인지 요감으로 할 것인지를 구분한다. 다만, 혈장의 선익사와 하수수를 보고 천광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라고 하여 혈장 구성 요소의 하나인 선익사라는 용어가 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인자수지와 청대(靑代)에 설심부 주석본인 설심부변화정해(雪心賦辯訛正解)에서는 신보경(神寶經)을 인용하여 “삼분삼합은 혈토승금의 법도를 보는 것이고 양편의 두 익(翼)은 상수와 인목의 성정을 보는 것이다. 이것이 혈 중에 있는 증거이다.”라고 승금상수혈토인목이 혈을 증명하는 혈증임을 내세우고 있으며, 혈 양쪽에 있는 사를 익(翼)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자수지에서는 혈 사상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와혈일 경우 좌우에 있는 사를 양국(兩掬:손으로 움켜쥐는 모양)으로 표현하고 혈성이 개구(開口)하여 생성된 것이라 하며, 겸혈은 양각(兩脚:다리 벌린 뻗은 모양)으로 표현하고 혈성이 개각한 것이라고 하며, 유혈은 양견(兩肩:어깨 펼친 모양)으로 표현하고 혈성에서 개장된 양 팔뚝 사이에 나온 것이라고 하며, 돌혈은 고산의 경우 양비가 있어야 하고 평지는 계수(界水)가 명백해야 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와겸유돌 혈의 양쪽에 붙어 있는 사는 혈장의 구성요소인 선익이라기보다는 범주가 좀 더 큰 연익이나 지각 또는 청룡과 백호로도 해석이 된다. 산법전서(山法全書)에서는 혈의 좌우에 있는 사를 우각사라 하고 아주 엷은 것을 선익사라고 하고 있으며, 설심부변와정해에서도 선익이란 개념을 정리하고 있는데 선익이란 유돌 곁에 생긴 사로서 용호 내에 가볍고 흐릿하면서 착 달라붙어 혈을 감싸고 있으며, 마치 매미가 딱딱한 겉 날개와 아래에 또 부드러운 속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아서 선익사라 명명을 하고 있다. 또한 혈 위에서 물이 갈라지는 것을 대팔자라 칭하고, 사람의 얼굴로 치면 이마에 해당되고 양 옆으로 미미하게 튀어나온 희미한 사를 선익이라고 부른다고 하여 사람의 인상(人相)을 혈장에다 비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이 출현하여 그나마 혈장을 미시적으로 관찰하려는 풍조가 조성되었을 것으로 본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서적의 경우 입수도두는 이마, 좌우선익은 관골(광대뼈), 전순은 턱이나 입술, 당판은 코에 비유하여 혈장을 읽으려고 하고 있으며, 상법(常法)의 오악(五嶽)을 차용하여 혈상(穴相)도 오악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아울러 혈장의 구조를 꽃송이에도 비유하여 입수도두는 꽃꼭지, 당판은 꽃심, 선익은 꽃받침이나 꽃잎, 전순은 꽃술에 적용시키기도 한다. 중국의 풍수가 학문적인 이론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많은 서적을 저술하였지만 혈장 자체를 분석하려는 미시적 풍수 방법론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중국 풍수가 유성정혈법(流星定穴法)이나 사신사 등을 위주로 혈을 정하는 거시적인 방법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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