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MBTI에서 말하는 성격유형이 4가지 심리기능 간의 ‘유형역동’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유형역동’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질까? 가령 Te(외향적 사고)와 Ti(내향적 사고)는 둘 다 T(사고형)인데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또 같은 Fe(외향적 감정)라도 그 기능이 우리의 마음 안에서 1위로 영향력을 행사할 때와 4위로 영향을 미칠 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금부터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우리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1~4위까지의 심리기능의 '역할'이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자신의 성격유형의 심리적 구조(심리기능의 위계)를 아래의 표 안에 적어보기 바란다(이전 페이지에서 정리해 준 표에서 자신의 유형 정보를 확인하면 된다). 예를 들면 자신의 유형이 ENFP라면 심리기능의 위계는 'Ne Fi T Si’이다. 그렇다면 '나의 성격유형'에는 ENFP라고 적으면 된다. 그리고 주기능 부기능 33차 기능 열등기능 칸에는 순서대로 Ne, Fi, T, Si를 기입하면 된다.
나의 성격유형 | 주기능 | 부기능 | 3차기능 | 열등기능 |
내 속에 있는 또 다른 나: 4가지 심리기능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기능 간의 역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심리적 구조를 이루는 4명의 등장인물의 역할을 잘 이해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의 내면은 이 네 사람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기능들을 사람처럼 의인화해서 표현한 이유는 그렇게 했을 때 이해가 더 쉬기 때문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본 사람이라면 주인공의 내면에 있는 '다섯 감정들(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그와 유사하게 우리의 마음속에도 4명의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심리적 인격들이 존재한다. 다만 이들 사이에는 '유형역동'이라는 '상호작용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 4명이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16가지 성격유형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ENTJ인 사람에게는 Te Ni S Fi 이렇게 네 사람이다.
각 기능의 역할과 명칭
'Te Ni S Fi'는 마음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심리기능들 간의 순위(서열)를 나타낸다. ENTJ라는 성격 특징이 나타나는 이유는 마음속에서 Te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Ni가 두 번째, S와 Fi가 각각 세 번째와 네 번째의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향력의 순위를 심리기능의 위계라고 한다는 것을 앞서 이야기했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심리기능들 사이에는 분명한 '위계’가 있다.
그러한 위계에 따라 우리 마음 안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1위 기능을 '주기능’이라고 한다. 그리고 2위를 ‘부기능’, 3위를 '3차 기능’이라고 하며 마지막 4위를 '열등 기능’이라고 부른다.
주기능(Dominant Function): 영웅
주기능은 우리 마음 안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심리기능이다. 영어로는 ‘Dominant Function’라고 하는데, 우리 마음속에서 가장 우세하고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 주기능은 성격의 전체적인 방향을 결정한다(그래서 주기능을 '선장'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만큼 개인의 성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심리기능이다.
ENTJ인 사람에게는 Te가 주기능이 된다(ENTJ =Te Ni S Fi). Te는 명칭 그대로 논리를 외부로 활용하는 사람이다. 사고(T)를 외부적으로 쓰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자신의 의견을 자신 있게 표현하고 논리적인 토론을 즐기며 자신의 논리 기준에 따라 여러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ENTJ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이다. 필자 역시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주기능은 내 마음속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자신이 가장 신뢰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이 주기능이다.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을 떠올려보면 더 느낌이 올 것이다. 당신에게 영웅과 같은 존재가 있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매우 신뢰할 뿐 아니라 그의 말에 높은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그와 같이 '자신이 가장 신뢰하고 가치를 두는 기능‘이 바로 주기능이다.
실제로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이런 사람은 논리적인 판단과 추진력으로 접근하려 한다. Te가 자연스레 영웅으로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논리적이지 않은 대화를 무척 불편해한다. 필요에 따라 감정적인 대화를 하기도 하지만 보통 감정 역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편하다. 논리가 결여된 상태에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거나 함께 일을 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주기능은 '세상을 감지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도 작용한다. 사람은 똑같은 상황을 보면서도 저마다 다른 해석을 한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의 다양성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겠지만, 성격유형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주기능은 자연스럽게 '해석의 틀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T(사고형)와 F(감정형)가 함께 드라마를 본다면 전혀 다른 관점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리해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신뢰하고 의지하는 정신적 도구인 셈이다. 최종결정이 내려져야 할 때, 그 결정은 대체적으로 주기능과 일치할 것이다.
부기능(Auxiliary Function): 부모
Auxiliary라는 단어는 보조의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다. 이 단어의 뜻처럼 부기능은 주기능을 보조하고 균형을 맞추는 심리기능이다. 칼 융에 의하면 우리의 마음은 '판단기능'과 '인식기능’이 상호 보완하면서 성격을 형성한다(상보성의 원리). 따라서 주기능이 판단기능이면 부기능은 인식기능이 되며, 주기능이 인식기능이면 부기능은 판단기능이 된다.
ENTJ(Te Ni S Fi)의 주기능은 Te(사고)였으므로 부기능은 N(내향적 직관)가 된다. 판단기능인 사고형을 주기능으로 쓰기 때문에 인식기능인 직관형이 부기능으로서 상호 보완을 해주는 것이다. 이는 '에너지의 방향'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보성의 원리에 따라 주기능의 방향이 외향(E)이기 때문에 부기능의 방향은 내향(I)이 된다. 이렇듯 부기능은 주기능을 보조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심리적인 균형을 유지해 준다..
주기능을 '영웅‘이라고 한다면, 부기능은 부모라고 할 수 있다. 영웅을 돕고 보완하는 부모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된다. 영웅이 간과할 수 있는 정보들을 파악하고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말이 있듯이 주기능과 부기능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주기능이 우세함을 보인다.
ENTJ는 부기능인 Ni(내향적 직관)를 써서 이면적 패턴이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을 즐기지만 그러한 정보가 주기능인 사고를 통해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람이기 때문에 종종 논리가 결여된 직관을 따르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논리적 판단을 따를 것이다. 다만 보통은 주기능과 부기능이 상호 보완하며 거의 동시에 작용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칼로 나누듯 결정해야 할 상황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3차 기능(Tertiary Function): 소년 소녀
주기능과 부기능은 우리가 평소에 '오른손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사용하는 기능인데 반해, 3차기능은 '마음속의 왼손’과 같은 심리기능이다. 즉, 일반적으로 주기능과 부기능에 비해 훨씬 덜 발달되어 있으며, 덜 의식적이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을 쓸 때 훨씬 부자연스럽고 불편해하는 모습을 떠올러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따라서 성격의 '유능함'보다는 '취약성‘과 더 관련이 있다. 후에 좀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성격유형의 장점은 주기능, 부기능으로 인해 형성된 패턴이라고 보면 되고, 개선점은 3차 기능 열등기능으로 인한 패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3차기능은 '소년 또는 소녀’와 같은 존재다. 소년이나 소녀는 성인에 비해 의식이 덜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미숙하고 서툰 부분이 많다. 물론 때때로 어른이라도 아이들로부터 배울 점이 있듯이 3차기능은 종종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때 소년과 소녀에게 의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3차기능 역시 우리 안에서 그런 정도로 인식되는 심리기능이다.
ENTJ의 Te Ni S Fi의 3차기능은 S(감각)인데, 이런 사람은 사실적이고 실제적인 정보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을 때가 많다. 오히려 그런 사실의 이면에서 작용하는 패턴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을 선호한다(주기능과 부기능의 사용), 어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도 과거 사례나 일반적 절차보다는 혁신적이고 논리 분석에 따른 판단 기준을 만들고자 한다.
한 마디로 S(감각)기능이 주는 정보들을 사고나 직관에 비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S(감각)기능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러한 종류의 일에 취약성을 보일 때가 많다. 마치 '왼손을 쓰는 것’과 같이 서툰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S(감각)기능을 주기능으로 사용하는 아내로부터 도움을 받을 때가 많다(이렇듯 같은 심리기능이라도 그것이 주기능으로 쓰일 때와 3차기능으로 쓰일 때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한다). 만일 필자가 S(감각)를 주요 역량으로 써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몰입도'와 '유능감'이 현저하게 떨어졌을 것이다.
열등기능(Inferior Function): 수치스러운 나
열등기능은 명칭 그대로 가장 덜 발달된 심리기능이다. 우리의 마음 안에서 가장 무의식적이며 사용하기 어려운 측면과 연결되어 있다. 자신의 성격특성 중에 '취약성'과 가장 관련이 많은 기능이다 3차기능 때 잠시 언급했듯이, 열등기능은 3차기능과 함께 상호작용하면서 성격유형의 개선점을 형성한다.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주기능과 부기능은 '내 마음속의 오른손' 역할을 하며 3차기능, 열등기능은 '내 마음속의 왼손' 역할을 한다. 즉, 주기능과 부기능은 성격의 장점, 3차기능과 열등기능은 개선점과 연관되어 있다.
이것을 인식하고 성격유형의 특성을 살펴보면 심리적 구조와 '메커니즘(작용원리)'이 보다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앞선 16가지 유형을 설명할 때 반대유형의 장점과 단점이 정반대였던 이유가 바로 이러한 메커니즘 때문이다.
열능기능은 '수치심의 원천, '수치스러운 나로 표현될 수 있다. 가장 무의식에 있는 숨겨진 나의 모습이기도 하고, '내가 직면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NTJ(Te Ni S Fi)의 열등기능은 Fi다.
열능기능은 주기능과 정반대의 기능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의 주기능 Te와 열등기능인 Fi 역시 정반대다. 주기능은 내 마음속 '영웅이므로 가장 자신 있고 편안해하는 '유능함의 원천‘이 되지만, 열등기능은 그와는 상반된 '취약성'을 가진 '수치심의 원천’이 된다.
예를 들어보자. ENTJ는 주기능인 Te(외향적 사교)는 말 그대로 사고(T)를 바깥으로(E) 사용한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분명하게 제시하고, 토론하는 것을 즐기며, 갈등이 생겨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진취적인 사람이 곧 Te다.
반면 Te와 반대 기능인 Fi(내향적 감정)는 ENTJ의 '취약성’을 드러내준다. Fi는 감정(F)을 자신의 내부(I)에서 사용하는 심리기능이다. 차분히 경청하면서 감정적인 공감을 해주는 사람을 떠올려보면 된다. 어떤 말을 해도 평가나 판단을 하지 않고 함께 공감하고 울어주는 주변 인물을 한 명 떠올러보라. 그러한 특성이 유능함으로 나타나는 사람이 곧 Fi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주기능'으로 Fi를 쓰는 것과 '열등기능'으로 Fi를 쓰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주기능은 '내 마음속의 오른손’이며 '유능함의 원천이다. 그만큼 의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잘 발달되어 있다. 그러나 열등기능은 가장 무의식적이며 덜 발달되어 있는 기능이다. 따라서 열등기능으로 티를 쓴다는 것은 가장 미숙하고 서툰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Te(외향적 사고)를 주기능으로 쓰는 사람에게 Fi(내향적 감정)가 공존한다는 것은 무척 당혹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논리와 분석으로 살아가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감정적인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마주한다는 것이 편안한 일은 아닐 것이다. '숨기고 싶은 나’, '수치스러운 나라는 표현은 그러한 모습을 잘 묘사해 준다.
'수치심의 원천’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본다면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그러한 면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마주했을 때'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Te(외향적 사고)를 주기능으로 하는 필자는 평소에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문체에 접근한다.
둘째, 그것을 강화하고 발전시키려 하는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한 가지 심리기능만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 ENTJ가 주기능인 (외향적 사교를 통해 좋은 성과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항상 T(사고)만 쓸 수는 없다. 당연히 F(감정)기능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 특히 가족관계에서는 T(감정)기능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T(사고)만 쓰는 아빠를 좋아할 자녀는 아마 없을 것이다(모든 가족구성원이 인 경우는 그럴 수도 있겠다). 논리적 행동을 많이 보일수록 가족들은 통제와 압박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행동이나 말투는 의식적으로 어느 정도 변화를 줄 수 있지만, 내면적 메커니즘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T(사고)인 사람이 F(감정)의 행동을 하는 것과 선천적으로 F(감정)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지속적으로 그래야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열등기능을 건강하게 개발시킬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우리에게 오른손뿐만 아니라 왼손도 꼭 필요한 존재인 것처럼, 3차기능과 열등기능 역시 우리의 내면에 꼭 필요한 존재들이다. 우리 안에 있는 4가지 심리기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을 때 우리는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다만 3차기능이나 열등기능이 건강하게 개발되기 위해서는 지금 다루는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마음속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4가지 심리기능의 역할'만 잘 기억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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