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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소개팅 이후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사람에 대한 숨은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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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닻을 내리는 심리

앵커링 효과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에 꼭 박힌 사진처럼 선명히 기억되길 소망한다. 이왕이면 뽀얀 필터와 낭만적인 배경음악이 흐르는 아름다운 사진이면 좋겠다. 내가 그 사람을 아련하게 떠올리듯 그 사람도 나를 핑크빛 무드 속에서 떠올려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듯하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썸을 타거나 연애할 때 상대방에게 나를 각인시키기 위해서 알게 모르게 사용하는 심리 도구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앵커링, 우리말로 하면 '닻'이다. 당신이 그 사람에게 닻을 깊숙이 심어 두었다면 하루 동안에도 수시로 불쑥불쑥 당신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너를 생생히 소환하는 향기

 '파블로프의 개 실험'은 유명한 행동주의 조건반사 실험이다. 개에게 음식을 주면 침을 흘린다. 음식을 줄 때마다 종소리를 울리면 나중에는 중소리만 울려도 침을 흘린다. 바로 '종소리'라는 오브제가 개에게 음식을 떠올리게 하는 조건, 즉 심리적 닻이 된 것이다.


 달이 물밑으로 가라앉아 배를 정박하게 만들듯이 제한된 정보는 우리 심리에 왜곡된 심상을 콕 심어놓는다. 우리는 수백 가지의 닻을 연인의 마음에 내릴 수 있다, 그것은 시각뿐 아니라 갖가지 소리와 냄새, 촉감 등 오감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된다.


 발목이 가느다란 그녀가 하늘하늘한 롱스커트를 즐겨 입었다면, 혹은 얼굴이 가름한 그 남자가 평소 야구모자를 눌러써서 광대뼈까지 그늘진 얼굴로 멋지게 미소를 지었다면, 어디선가 비슷한 실루엣만 봐도 그 사람이 떠오를 것이다. 당신에게서 나는 은은한 자몽 향기는 비슷한 내음의 흔적만으로도 당신을 소환할 것이다. 후각은 특히 강렬해서 평생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강력해서일까, 유행가 가사는 온통 닻투성이이다.  '우리가 즐겨 듣던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나처럼 울고 싶은지‘  늘 같이 듣던 음악은 언제라도 우리를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오래 사귀거나 함께한 시간이 많을수록 이별 후 힘든 이유는 이런 수많은 닻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하고픈 말은, 상대방의 마음에 닻을 내리려면 나만의 특징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주거나 둘만의 습관을 만들라는 것이다. 만나면 반갑다고 발을 동동 구른다거나, 위로의 제스처로 어깨를 쓰담쓰담하는 특정 행동은 썩 괜찮은 예이다. 썸의 시기에 나를 자꾸 떠올리게 만드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심리전이다. 닻은 구체적이고 생생할수록, 그리고 일상에서 게 접할 수 있는 것일수록 좋다.


 "새콤한 것을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대신 이렇게 말해보라. "저는 냉장고에 사과를 넣었다가 아침에 눈 뜨면 먹어요. 하루 중 제일 처음으로 먹고 싶은 맛이거든요.“ 그 사람은 시원하고 상큼한 사과의 이미지로 당신을 떠올릴 것이다. 상대의 마음에 공들여 닻을 내리는 귀여운 노력을 해보자.

 


 좋아하는 이에게 어둠의 닻을 내리지 않으려면

 반대로, 순간의 실수로 부정적인 닻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부정적인 느낌으로 당신을 떠올리지 않게끔 신경 쓰는 것 또한 중요하다. 짜증 나는 순간에 당신과 번번이 함께하게 된다면 좋지 않은 신호다. 그래서 썸의 시기나 연애 초반일수록 즐겁게 웃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오해나 갈등을 풀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부정적 감정에 머물러 있지 말라.


 직장동료나 친구끼리 공공의 적을 두고 분개하는 순간에는 뒷담화 속에 친밀함이 싹트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늘 그런 대화만 나누게 되면 뒤돌아서서 쓸쓸하고 허탈해진다. 썸 타는 사이라면 말해 무엇하랴. 침 튀기며 허물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우정이 아니라, 뭔가 몽글한 감정을 갖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닻을 심어야 한다.


 재현은 최근 좋아하게 된 썸녀를 떠올리면 뉴스 사회면이 배경으로 떠오른다. 그녀는 최근에 일어난 사회 범죄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동 학대 사건이나 데이트 범죄 등을 화제에 홀리며 개탄하는 상황이 매번 연출된다. 아마도 그녀는 좋지 않은 닻을 선택한 듯하다.


 이 화제에 대해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한들, 두 사람의 호르몬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범벅이 되어버린다. 아밀라아제 범벅이 되어도 시원찮을 판에, 불행하게도 데이트 분위기는 법정 아니면 공동묘지를 향해 간다.
 정의의 사도처럼 강인한 히어로 커플을 꿈꿨다면 이불킥하며 반성할 일이다. 긴장감 흐르는 뻔뻔한 닻을 선사했음이 개탄스럽다. 유쾌한 에피소드나 잔잔한 재미가 있는 주제로 대화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 집에 돌아와서 떠올렸을 때 미소 지을 수 있어야 성공적인 데이트다. 그 이미지가 곧 두 사람 관계의 색깔과 기대감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어두운 이야기는 조금만 뒤로 미뤄두기로 하자. 사랑이라는 것이 순수한 감정과 의지로 키워가는 것이라 믿고 싶으나 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사랑도 현실이라 애꿎은 구석이 많다. 수많은 오해와 왜곡으로 덧칠된 심리가 작고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당신의 소소한 닻이 상대방 마음에 커다란 파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음은 너무도 중요한 정보다.
 편의점에서 초콜릿을 보고 문득 당신이 그리워 핸드폰을 꺼내게 만들라. 그런 달콤한 닻이 두 사람 사이의 틈을 메우며 사랑을 이어 줄 것이다.


 끝으로 본질적인 이야기를 짚어보자면, 그 어떤 감각적인 닻보다도 당신을 그리워하게 만들 거대한 닻은 '당신 자체'라는 것이다. 당신이라는 커다란 존재가 상대방의 영혼에 닻을 내리면 특정한 사물이나 감각 때문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모든 순간에 당신이 그리울 것이다. 결국은 당신 자체의 매력으로, 온전한 당신으로 만나는 것이 정답이라 믿는다. 귀여운 작은 닻들이 지향하는 가장 큰 닻은 결국 '나'임을 잊지 말자. 당신은 누군가에게 어떤 닻을 내리고 있는가?

 


 상대방을 애타게 만드는 미해결 과제

 내 이상형도 아니고 특별히 매력적인 타입도 아닌데 어느 순간 그 사람에게 스며드는 경험을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때로는 '그 사람을 내가 어쩌다 그렇게 좋아하게 됐을까?" 스스로 놀랍기도 하다. 왜 그랬을까?
 

너와 사랑에 빠졌던 그 애매한 순간

 내가 사랑에 빠지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그 사람과는 이따금, 어쩌면 좀 더 자주 마주쳤을 것이다. 업무적인 대화를 나누는 사이거나 혹은 친구의 친구일지도 모른다. 마주치면 가볍게 고개를 끄덕하거나 몇 마디 말로 인사를 나누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사람과 관련된 어떤 순간이 머릿속에 자리한다. 나에게 캔 커피를 건넨 행동, 내 취향을 저격하는 유머와 웃음소리, 혹은 내가 좋아하는 손 모양, 아니면 특유의 향기 같은 것을 계기로 그 사람이 머릿속에 들어선다.


 그때부터 자꾸만 그 사람이 궁금해진다. 나도 모르게 관찰하고 분석하게 된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거나 내게 미소라도 보인다면 그 의미를 한참 해석한다. '아까 나를 왜 그렇게 쳐다보고 있었지?', '왜 굳이 내가 지나갈 때만 문을 열어줬을까?" '혹시 내가 초밥 좋아하는 거 알고서 오늘 점심때 먹으러 가자고 한 거 아니야? 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이렇게 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애매함이다.

 


 마음에 숙제로 쌓이는 사랑의 미해결 과제

 심리 이론에서 다루는 '미해결 과제'라는 용어가 있다. 우리가 매 순간 느끼는 욕구를 선명하게 떠올리고 해소하면 그 욕구는 가라앉는다. 그런데 제때 해소되지 못한 욕구는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연인과 다투고 화해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고 해보자. 밥을 제대로 한 상 차려서 맛깔나게 먹는 사람이 있을까? 혹은 발을 걷어붙이고서 미뤄둔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누구든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안절부절못할 것이다.


 욕구를 인지하고 충족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우리는 건강한 삶을 이어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명확히 떠오르지 않거나 알면서도 충족할 수 없으면 그 미해결 과제들이 찌꺼기처럼 쌓인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사랑의 감정이 짝사랑이라는 영원한 미해결 과제로 마음에 머물러 있다면 말 그대로 병이 되기도 한다. 멀쩡하던 사람이 상사병이 나서 시름시름 앓다가 목숨까지 잃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미해결 과제가 주는 고통은 마음을 갉아먹는 무엇임에 분명하다. 만약 짝사랑이 이루어졌다면 어떨까? 혹여 인연이 길어 결혼이라도 했다면 “권태기가 왔나 봐”가고 호사스러운 농담도 던지며 평범한 일상을 살 것이다.

 


 1급수에서는 사랑이 발효되지 않는다

 찬영은 지난주 썸녀 지현과 데이트를 한 후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두 사람은 칵테일바에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남녀의 궁합에 대해 이야기하던 도중 별안간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아, 그런데 오빠. 지난번에 내가 오빠한테 한 말 기억나? 오빠랑 나랑 전생에 죽마고우였을 것 같다고 한 거. 그 말 취소할래 “ 왜냐고 물어도 조개처럼 입을 다물고 알려주지 않았다.


 별 뜻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지현의 서늘한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뭔가 찜찜하고 마음이 무거운 상태가 며칠째다.
 '다음 데이트 때 다시 물어볼까? 아니야, 너무 집요해 보일 거야. 그냥 쿨한 척 넘길까? 지현이도 나한테 분명 호감이 있다고 느끼는데, 착각이었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빙빙 돌고 있다.


 이렇게 남녀 사이에 해결되지 않은 감정은 상대방에 대한 집착을 일으킬 수 있다. 그 사람이 말해주지 않는 한 영원히 답을 알 수도 없다. 이것이 끝도 없이 그 사람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새삼 자각한다.

 '내가 왜 이 사람을 이렇게 계속 생각하고 있지? 진짜로 좋아하나 봐!’


 상대방 생각에 사로잡힌다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이끄는 자석 같은 것이다. 위의 예에서 지현이 했던 것처럼 애매한 말을 의도적으로 흘리는 걸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너무도 맑은 1 급수 물처럼 상대방에 대한 강한 끌림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만큼은 말리고 싶다. 어떠한 생각거리도 주지 않는 밍밍한 상태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면 처음부터 완전히 한 사람에게 안정적으로 직진하는 이들이 꼭 한 명씩 있다. 누가 봐도 순수하고 진실해 보이기에 모든 시청자들이 응원하게 된다. 그러나 그 착한 사람은 결국 사랑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끝나는 경우가 흔하다. 그를 응원했던 사람들도 정작 궁금해하는 것은 끝까지 애매함이나 모호함으로 상대방 맘을 흔드는 캐릭터다.

 


 ‘사모'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 불쑥 고백을 받는다면 어떨까? 물론 첫눈에 봐도 이상형이라면 0.1초만에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럴지라도 상대방의 진심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고 설레며 궁금해하는 시간은 모조리 생략되고 만다. 은밀한 그리움은 자라날 수 없다. 썸 특유의 애틋함이라는 감정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서로의 감정을 내면화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은 연애 바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썸 단계에서는 감정을 100퍼센트 노출하지 말고 약간의 애매함으로 서로를 가나고 각자의 감정을 숙성시킬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데이트를 분석하고 연락을 기다리며 애태우는 시간을 적절히 갖는 것은 꼴 같은 썸 시기의 심리전인 동시에 서로에 대한 배려일는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라는 말을 한자어로는 생각할 사(思), 그리워할 모(慕)자를 써서 '사모'라 한다.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곧 사랑이라고 직관한 그 의미가 놀랍지 않은가.


 굳이 밀당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여유를 잃고 덤비면 십중팔구 결과가 안 좋으리라는 사실을 이해하면 한결 편안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본인에게 미칠 듯한 매력이 있어서 이런 번잡한 과정은 일요 없다고 믿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매력을 뛰어넘는 '심리'로 흔드는 것이다. 애매함이 살짝 추가된 미완 상태의 여운을 잠시 누 려도 좋다. 사랑의 애피타이저, 안 먹으면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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